바람을 의심할 때 남자친구 핸드폰을 봐도 될까? 된다. 이제는 말할 때가 됐다
이쪽 세계에는 아무도 투표한 적 없는 규칙이 하나 있다. 의심하는 사람이 ‘집착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물어보면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고, 남자친구 핸드폰을 보면 이상한 사람이다. 그런데 앱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면서 “자기야, 나 너무 피곤해서 먼저 잘게”라고 보내는 그 사람은 그저 ‘잠깐 흔들린 사람’이란다. 오늘은 눈치 보지 않고 반대로 말하려 한다.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지 알고 싶어 하는 건 정당하다. 잘못은 거짓말이지, 의심이 아니다.
‘집착’이라는 말의 함정
‘집착’은 바람피우는 사람에게 가장 편리한 카드가 됐다. 대화를 뒤집는 가장 값싼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가 무엇을 했는지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알았는지가 주제가 된다. 그는 한마디로 피고에서 피해자가 되고, 당신은 ‘맞았다’는 이유로 사과하게 된다.
이게 통하는 건 아무도 친구들 사이에서 질투 많은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그 말을 누가 가장 자주 쓰는지 보라. 숨길 게 없는 사람인 경우는 거의 없다.
감정이 아니라, 도덕적인 세 가지 이유
이건 질투나 상처 입은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다. 당신의 것인데 상대가 허락 없이 써 버리고 있는 세 가지에 관한 문제다.
- 약속은 둘이 한 것이다. 서로만 만나기로 했다면, 그가 혼자 몰래 규칙을 바꿔 놓고 당신에게만 눈 감은 채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 당신의 건강 문제다. 게이 사회에서 숨긴 바람은 사소한 일이 아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잠자리를 하는데 당신은 둘뿐이라고 믿고 있다면, 당신은 잘못된 정보로 자기 몸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스스로를 보호할지, 얼마나 자주 검사를 받을지, 어떤 위험을 감수할지. 거짓말로 그 결정을 대신 내릴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 당신의 시간 문제다. 함께한 세월, 같이 내는 월세, 이미 소개한 가족. 상대는 이 관계가 당신이 생각하는 그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는데, 당신은 거기에 인생을 쏟고 있다. 그건 ‘실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쪽에서는 다들 그래”
가장 약하면서 가장 자주 듣는 주장이다. 우리는 원래 그렇다, 게이 데이팅 앱이 바로 손안에 있다, 한 사람만 보는 사람은 없다. 말이 안 된다. 잘 굴러가는 오픈 릴레이션십도 많고, 그게 잘 굴러가는 건 바로 두 사람이 터놓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과 자는 것이 문제였던 적은 없다. 문제는 거짓말이다. 오픈 릴레이션십을 원했다면 입이 있으니 말하면 됐다. 그가 한 일은 둘 다 챙긴 것이다. 싱글의 자유와, 집에서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편안함. 그리고 그 값은 당신이 치르고 있다.
반대편의 가장 강한 주장
공정하게 말하자. 반대편에도 좋은 주장이 하나 있다. 사생활이다. 남자친구가 있다고 해서 그의 삶이 당신 것이 되는 건 아니다.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핸드폰을 뒤지는 사람, 순전히 불안해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을 괴롭히는 사람도 있다. 그런 일은 실제로 있고, 잘못된 일이다.
그래서 우리가 긋는 선은 여기다. 이유 있는 의심은 하나의 문제다. 하루아침에 비밀번호를 바꿨다, 어디 있었는지 거짓말한다, 친구가 앱에서 그를 봤다. 아무 이유도 주지 않은 사람을 취미처럼 감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앞의 것은 알려 주지 않는 진실을 찾는 일이다. 뒤의 것은 사람을 통제하는 일이고, 그때 잘못하고 있는 쪽은 당신이다.
솔직하게 하나 덧붙인다. 정당하다는 것이 합법이라는 뜻은 아니다. 애인의 핸드폰을 몰래 보는 것에 대해 법이 뭐라고 하는지는 나라마다 다르다. 그건 법 조문을 확인한 뒤 따로 다룰 주제다.
우리의 입장, 마취 없이
이유가 있고, 정면으로 물었고, 그런데도 그가 눈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면 진실을 찾는다고 해서 당신이 나쁜 사람이 되지는 않는다. 순서가 중요하다. 먼저 거짓말한 건 그다. 배신당한 사람에게 품위까지 지키라고 하는 건, 피해자에게 거짓말쟁이의 알리바이를 지켜 주라고 하는 것과 같다.
다만 보는 건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지, 의심 속에 눌러앉기 위해서가 아니다. 알게 됐다면 결정하라. 남든지, 떠나든지. 유일하게 품위 없는 선택은 남아서 계속 감시하는 것이다.
이번 주의 불편한 질문들
- 진실을 아는 쪽을 택하겠는가, 모르고 편하게 사는 쪽을 택하겠는가?
- 오늘 그가 당신 핸드폰을 본다면 무엇이 나올까?
- 봤는데 아무것도 없었다. 사과해야 할까, 아니면 평생 말하지 않을까?
이것이 이번 주의 주제다. 다음 글은 ‘사례’, 그다음은 ‘결론’이다.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하나를 고르고, 반대로 생각할 게 뻔한 사람에게 보내 보세요.